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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책

고백록

AMY_SHIN 2008. 12. 4. 13:06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읽고


 ‘고백’,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남녀 간에 사랑을 말할 때, 잘못한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때,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죄를 말하고 회개할 때 등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다’, ‘털어놓다’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만큼 진심이 담긴 상태에서만 가능한 행동이기 때문에, 매우 가치있고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 만일 진심이 담기지 않은 고백이라면 그것은 ‘고백’이 아닌 가식이나 거짓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가치는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고백하다’의 의미가 전보다 더 깊이 있게 내게 자리 잡혔음을 느꼈다. 솔직하게 고하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라면 그것을 넘어선 ‘고백’의 의미는 숨김없이 모두 고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성 어거스틴이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비친 고백의 글이다. 그는 고백록을 통해 자신이 행했던 행동, 생각, 사상 등 사소한 것 까지 일일이 일기처럼 적었다. 마치 자서전 같기도 하고, 하루하루 자신의 기도를 적어 책으로 엮어 놓은 느낌도 들었다. 책을 읽기 이전에는 어거스틴에 관해 기본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고백록이니만큼 사적인 감정이나 그의 진심을 실은 내용이 많아서 그에 관해 한발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고, 그도 위대한 기독교 철학자로 명성이 높아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라는 인간미까지도 느껴졌다. 그만큼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을 벗겨낸 것이다. 숨김없이, 거리낌없이 자신의 죄악과 추한 모습까지도 드러내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철학자였던 그의 명예가 손상될 수도 있고,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이상의 피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신경 쓸 그였다면 아마 지금의 ‘고백록’이라는 책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짓는 죄이지만 그것을 은폐하거나, 거짓으로 없던 일처럼 무마시키는 경우는 너무나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그는 그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서 진심으로 회개하고 세상에 떳떳하게 드러냈기에 그만큼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그가 정신적으로 방황했던 시간만큼은 정말 기억에 남았다.


 성인이 된 후, 누군가 내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하거나 꾸짖는 일이 거의 없어지면서 ‘내가 악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깨달음보다는 단순히 주변사람들의 행동양식에 나를 빗대어 ‘다른 사람에 비해 양심적인 편이야’라는 생각으로 나 스스로의 기준조차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분명 죄를 짓고도 순간적으로 그냥 지나칠 때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렇다. 점점 나는 비양심적으로 변한 것이다. 아무래도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다 보니 혼자서 남들과 비교하며 안심하려 한 것 같다. 만일 진심어린 기도로 죄를 고백하고 반성을 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 같은 죄를 반복하여 지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편이다. 어쩌면 사람으로서 이기적인 마음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는 것이 이런 행동을 낳을 수 있다고도 생각이 든다. 그나마 가끔 슬럼프에 빠지거나, 심적으로 약해졌을 때 나를 조금이라도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22살이지만, 아직 22세에 걸맞는 정신적 능력은 키우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고,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 꾸짖어주거나 실제적으로 고난을 겪기 전까지는 자신의 잘못조차 모르는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어린 시절의 그 순수함은 이미 사라져 버렸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양심을 점점 더 잃어버릴까 염려가 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누구나 반성하는 듯 보이기는 정말 쉽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반성하는 것은 스스로만이 알 수 있는 일이고, 반성을 한 후에는 자신의 행동에 꼭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고백록’은 자서전과 비슷한 형식이었지만, 그가 노년에 적은 글도 아니고 성공한 후에 적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도 아직 어리지만, 여지껏 살아온 시간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유혹에 빠져 죄를 지었던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 나의 무능함, 감사해야 할 일, 기억해야 할 일 등 너무 많은 시간들을 적어 나만의 ‘고백록’을 만들어 보고 싶다. 물론, 어거스틴의 ‘고백록’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은혜를 주진 못하겠지만, 나만의 고백록을 적어 누군가에게 보인다면 나에게 만큼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지은 죄는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고,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도 뚜렷히 내세울 수 있을 만큼은 성장할 것이다. 이런 마음이 순간적일 수도 있고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도 내게 별다른 변화가 생길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바쁜 일상 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무심결에 흘려버리고,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에 만족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어거스틴처럼 어떤 사상에 영향을 받거나 내적으로 성찰을 이룬 적 없는 평범한 나지만 시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내가 흘려보낸 그 헛된 시간들조차도 지금의 나를 만드셨고, 내게 무언가를 남기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있음으로서 과거는 지나간 추억이고 나의 습관, 성격, 외모까지도 만들어 냈다면 이제 현재는 내가 움직여야할 시간이다. 매 순간이 과거로 변해갈수록 또 나는 그 것으로 다가올 미래를 내가 설계해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인간상이 되기 위해 현재의 내 행동과 미래의 내 모습을 책임지고 이뤄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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