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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본문
예쁜 것들은 예쁜 것 만이 아니고
사랑하지만 굳이 사랑은 아니야
봄은 쓸 데 없이 많은 시를 남기고,
꽃들은 쓸 데 없이 많은 의미를 가졌고,
이별해도 이별하지 않은 마음.
다 해도 하지 못 한 말들.
연약한 오해들, 덜떨어진 착각들
내버려 두지 못 한 말들, 너무 많은 의미들
너무 많은 사연들, 지긋지긋한 사람들
실체 없는 자유와 너무 많은 묵인들
출처 없는 감성들, 너무 많은 천재들
연고 없는 자아와 정처 없는 청춘들
너무 많은 가치들, 너무 많은 열쇠들
벌이며 나비며 유난으로 펄럭여도
꽃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피고,
계절은 항상 이쯤에서 왔고,
완전한 이름에게, 완성의 의미에게
감히 내가 건방 떨지 않도록.
사랑에겐 사랑이라고 이별에겐 또 이별이라고
그래서 봄은 그냥 봄이고, 꽃은 꽃으로
충분한 말들, 가만히 두기를
- 출처 : 엄홍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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