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_SM몰오브 아시아 가는길
#1. 지프
첫 날, 능글맞게 바가지를 씌운 택시기사가 얄미워 버스나 트레인을 타고 다녀야 겠다 결심했건만
여기 이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게 열악했다
인도라도 있으면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차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 매연의 향연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ㅋㅋㅋ지프(!)
얼핏 일제시대 징병 끌려가는 것 같은 이런 깡통같은 차지만
서비스 수준의 차비 덕에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이다.
정류장도 따로 없어 그냥 아무때나 잡아 타면 되고
천장 두번 두들겨 주면 알아서 세워 준다
그러고 보면 정말 지프 운전기사는 능력자다
차비가 1인당 10페소(260원!)이지만 2명이 타면 16페소로 할인이 된다
이걸 머리로 계산해서 사람이 탈때마다 돈을 어깨너머로 주고 받는다
이 깡통차 누가 살짝치면 바로 폭발할 것 같이 덜컹대는데
돈계산 하랴, 돈 건네주랴, 앞보랴, 세워주랴,
이거 아무나 못할 것 같다 -0-ㅋㅋ..
처음엔 도대체 이걸 어디서 어떻게 타나 했는데
하루만에 완벽적응하고 이제 돈걷어서 기사한테 "롸이도~" 하고 돈도 건네준다
나, 하루만에 현지인 된 것 같아 ㅋㅋㅋ
오늘만 여섯번을 탔는데 1000원 조금 넘는 돈 밖에 안된다(!)
참 좋긴 하지만 없어졌음 좋겠다
먹고 사는 것도 버거워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판국에
환경따위 신경쓸 일이 만무하겠지
이 엄청난 매연들은 대부분 지프에서 나온 것들이다
엄청난 지프들이 엄청난 매연을 내뿜어 댄다
하지만 인도는 잘 없고 길거리에 구걸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
몇 발자국 걷는 것만 봐도 인력거 타라고 달려드는 터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쥐쥐
그래 처음엔
타기만 하면 민망하도록 뚫어져라 쳐다 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웠지만
어느새 즐기고 있다
볼테면 보세요 :D ㅋㅋㅋ
나는 이방인.
#2. 카리에도 역
트레인 탈 때도
쇼핑몰 들어갈 때도
마트 들어갈 때도
몸 수색 하는 이곳.
사람이 아무리 붐벼도
공항에서나 할 법한 몸 수색을 끝까지 하고 들여보낸다
독극물 검사하나.-0-
#3. 여행일지
내 여행은 소중하니까 :)
#4. 공존이란
첫 날은 둘째 날 셋째 날
감정의 변화랄까 ㅋㅋㅋ
이제 그들과 공존하는 느낌이다
위험한 것들 투성이지만
사람들이 말한 "위험"이랑 내가 느낀 "위험"의 종류가 좀 다르달까
흉기난사, 소매치기, 사기 이런 걸로 위험하다기보다
글쎄, 건강이 위험한 거 아니야?
-0-ㅋㅋ
#5. 트레인 역 지붕+
많이 낡았지만
전체가 낡으니 분위기가 묘하게 구수하니 괜찮아진다
그래
고풍스러운 거랑은 거리가 멀지만 뭐.ㅋㅋㅋ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30분만에 비가 왈칵 쏟아지기도 한다
다행이었던건
내가 나오면 비가 그치고
안에 들어가면 비가 쏟아지길 반복했다 오늘.
한국에선 반대였는데
ㅋㅋㅋㅋㅋ
#6. 파사이
지프타고 어쩌다 떨어진 곳 :)
너 혼자왔니? / 응 나 혼자왔어
가족이랑 친구 같이 안왔어? / 응 한국에 있어 그냥 나혼자왔어
너 용감하다 / 그래? 내가 좀 그렇지?ㅋㅋ^^ 고마워
휴대폰 가지고 다니지마 위험해 / 왜?
훔쳐가 / 헐~ 알았어
그리구 가방은 꼭 몸 안쪽으로 감싸고 다녀 / 아 , 훔쳐가?
낚에채가니까 조심해야 해 / 응 알았어 고마워 :)
. . . . . .
휴대폰 책상에 두고 딴데 보면 안돼! / 아 맞다 ;;
. . . . . .
휴대폰 카트에 저렇게 올려놓으면 누가 가져갈텐데 / 아 맞다 ;;
. . . . . .
으. 습관은 무서워
친절한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걱정해준다
# SM 몰 오브 아시아 앞
여기
전 국민 세금 걷어서 다 여기다 뿌린 듯한 규모였다
트레인으로 30초만 가도..
길거리에는 넝마주이들과 다리 절뚝거리며 아이손잡고 옷도 잘 안입은채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못 먹어서 키가 내 종아리에도 못미치고
너무 굶어서 뼈밖에 없다
매연냄새와 오물냄새가 번갈아가면서 코를 찌르다가
이곳에 도착하니
공기도, 하늘도, 사람들도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이 달랐다
엄청난 빈부의 격차를 피부로 실감한 곳
오는 길에 너무 많은 걸 봐버렸어.
진심. 안타깝다